I Think

시골 5일장의 기억

강갑준 2007. 8. 21. 19:54

시골에 가면 지금도 오 일만에 한 번씩 서는 오일장이 있습니다.
사람이 돈으로 물건을 사고팔기 전에는 이쪽 마을하고
저쪽 마을에서 각각 생산한 물건을 서도 맞바꾸는 데서
거래란 것이 생겨났습니다. 그 거래의 장소가 바로 시장입니다.

우리나라의 시골 장날은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펼치는 잔치처럼 아주 흥청댑니다.
이웃 마을로 시집간 딸이 장날 친정어머니를
만나 그 동안 나누지 못했던 정담을 나누는 가하면,
어려운 사이라는 사돈끼리 만나도,
서로 옷깃을 잡아끌며 선술집으로 안내하려고
정겨운 실랑이가 벌어지는 때도 장날입니다.
그러니까. 이 날은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 구실을 하면서 사고 싶은 물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교환했던 것이지요.

지금은 옛날의 정취를 많이 잃어버린 오일장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정겨움이
오일장에는 있다고 합니다.
이득과 편리를 위해 물건을 사고파는 삭막한 풍경보다는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장소로서의 시장.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꿈꾸는 참으로
가슴 넉넉한 공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산에도 구포 오일장, 근교에 남창 오일장, 그러나,
물물교환은 없고, 도시의 장꾼들이 몰려들어, 옛 정취는
흔적을 지워가고 있습니다. 이런 오일장이 그리운 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