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금정산을 오르며
강갑준
2007. 9. 22. 20:06
혼침(昏沈)이 시작되었다.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떠보지만
벽과 할아버지의 얼굴이 기우뚱거리면서 빙그르르 돌았다.
어지럼증을 주체할 수 없어 눈을 감아버렸다.
숨이 가빠졌다.
‘이렇게 눈을 감아 버리면 안되는 데......’
‘학(鶴)은 학의 눈을 가지고 살고,
뱁새는 뱁새의 눈을 가지고 사는 법이다.‘
금정산을 오르면서
오탁악세의 추한 회오리바람에 남은 생을
휘말리고 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다짐하며 걷는다.
심호흡하기 가슴을 폈다.
긴 들이 쉴 숨과 내쉴 숨을 귀하게 여기고
깊고 소중하게 천천히 거듭 쉬었다.
한 번의 숨결과 더불어 현재의 삶을 성찰(止)하고
무지갯살 같은 황혼 빛이 어린 미래의 먼데 삶을
내다보곤(觀)한다.
그것은 영원의 고요 속으로 스며들려는 희망이었다.
이제 삶의 끝자락에 이르러 있는 나는 내 일생에서
가장 소박하고 향기로운 보석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