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새해 아침, 이 글을 씁니다

강갑준 2008. 1. 1. 12:38

지난 밤, 여행길에 돌아와 너무 피곤했습니다. 구랍 30일, 전라도 가보고 싶던 담양 대나무 숲, 국사봉 그리고 연꽃 명소 전주 덕진 연 공원, 가을에 들렸던 선운사를 거쳐 귀부했으니, 오직 몸이 피곤했겠습니까?. 나이드니 온몸이 들쑤십니다. 어쩔 수없는 생리 현상입니다. 그러나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다니는 가 봅니다.
폭설이 내린 전라도 길을 달리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일행들도 다 어질고 맑은 분들이라. 동행은 즐거웠습니다. 피곤을 더하는 그런 분은 없었으니까요. 사진은 지난해 12월31일 오후 ‘선운사’ 를 찍은 것입니다.

여행은 언제나 흐름을 생각게 해 줍니다. 여행에 나서면 내게 있는 모든 것이 흐르는 것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됩니다. 유년기부터 지금까지 내가 흘러왔듯이 세상을 향한 우리들의 감정과 느낌 역시 제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들 역시 흘러갑니다. 모두 다 맑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가 어느 순간엔가는 봐도 보이지 않는 지점으로 사라져갈 것입니다.

미워하고 사랑하는 그 모든 감정들은 흐르지 않을 때의 느낌들입니다. 그것들이 흐르기 시작할 때 그것들은 모두 강했던 제 색을 잃고야 맙니다. 파스텔 톤으로 흐르다 점점 흐려져 끝내는 그냥 맑은 물색이 되고야 맙니다.

그 어느 날엔가 ‘내가 그랬었나’ 하고 말하는 순간이 오게 될는지도 모릅니다. 상처 역시 잠깐 우리에게 아픔을 인식시킬 수 있을 뿐입니다. 그 상처 역시 흘러갑니다. 그것 또한 어느 순간엔가는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잊혀져갈 것입니다. 인생의 모든 것은 흘러갑니다. 어느 한 지점에 머물러 ‘이것이 인생이다’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그냥 평온하게 미소 지으십시오, 물빛처럼 맑게 걸러지는 우리들의 인생에서 남는 것은 평온한 미소밖에는 없을 테니까요. 오늘 미웠던 사람과도 기꺼이 손잡는 새해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