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소리치지 말라 가을엔

강갑준 2007. 10. 7. 09:23

소리치지 말라 가을엔
아침안개를 걷어내니
풀잎마다 눈물 그렁그렁
그댈 붙드는 것은 이슬뿐
먼 길 떠나는 아침은 허허롭다
소리치지 말라 가을엔
외로움이 흘러내리니
시간이 멈춘
외딴 집에 머물며
남루한 추억 하나를 태워 본다.
그름 몰려와 연기 대신 피어 오르고
그대는
지금 누구의 길손인가.


가을은 소리의 계절이다.
어수선한 도심의 한 귀퉁이에서도 땅거미가 지면 무슨 소리가 들린다. 씻을 듯이 귀를 맑게하는 소리, 삐르르. 삐르. 삐르. 삐르르......,의성어가 풍성한 우리말로도 미처 옮길 수 없는 소리이다.
가만히 숨을 멈추고 가을이면 온 세상은 그 귀뚜라미 소리로 가득찬다. 하찮은 풀벌레들도 무슨 개성이 있는지 좀 운치를 내는 측도 있고, 그 냥 담담하게 소리를 내는 벌레도 있다. 하지만 그 헤아릴수 없이 맑은 소리들이 멀고 가까이에서 화음을 우루는 소리는 사뭇 별천지의 교향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