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저 두렷한 햇살을 바라보라

강갑준 2007. 3. 20. 16:59


여기 청사포(靑沙浦)
앞 바다에 떠오르는
저 찬연(燦然)한 태양을 보라.
세상이 온갖 오욕(汚慾)으로
뒤범벅이 돼도
오로지 두렷하고
이즈러짐이 없거니.

유한(有限)의 삶도 아랑곳없이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세계(世界)가 온통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살상놀음을
거듭해도 저 햇살은
오로지 말없이온 누리를
은혜(恩惠)롭게 비추고 있거니.

이 땅떵어리를 마냥
결딴 내기라도 하듯이
뭇 짓거리로 더럽히고
갉고 할퀴어도

슬픔도 노(怒)여움도
그 뜨거운 가슴에
고이 삭이고 태양(太陽)은 오늘도
원명(原明)한 생명(生命)을
잉태(孕胎)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정축년(丁丑年) 새 아침을 맞아
그지없이 깊고 맑은 동해(東海)
그 한바다에 관욕(灌欲)하고
솟아 오르는
저 변뉘를 숙연(肅然)하게
우러르며 옷깃을 여미자.

작가 노-트
이 시(詩)는 1997년 1월1일 신년호(금정신문 제105)에 실린
'새해 축시'로. 귀중한 자료이어서 올려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