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 11월은 정체가 아리송하다. 소속도 분명치 않다. 가을과 겨울의 고빗길에 있으니 말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11월은 저물어가는 가을이다. 그래서 晩秋라면 11월을 말한다. 그러나 밝게 갠 날이어야 가을의 서정(抒情)이 느껴진다. 을씨년스럽게 잔뜩 하늘이 찌푸린 날이면 바로 겨울의 황량(荒凉)함을 안겨주는 것이다. 같은 날씨도 사람에 따라 달리 느껴진다. 또한 똑같이 가을을 잘 노래하지만, 서양의 詩人들은 감미로운 낭만을 안겨주는 10월을 즐겨 부른다. 여기 비겨 한국의 시인들은 예부터 11월을 즐겨 불렀다, 청승맞은 생리 때문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저 구슬진 심경에 젖어 들게 하는 일들이 많았고, 또 그런 심경에는 11월의 계절이 제일 어울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느덧 11월 중순을 넘어 들었다. 아무.. 더보기 이전 1 ··· 2235 2236 2237 2238 2239 2240 2241 ··· 29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