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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톨스토이’의 “하늘”

문호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의 한 줄거리다. 그 소설에 묘사된 가을하늘은 인상적이다. ‘나폴레옹’군에 쫓겨 중상을 입은 ‘러시아’군의 병사 ‘안드레이’는 문득 의식을 되찾고 눈을 뜬다. 1805년 11월 ‘앤스’강에서도 ‘러시아’군은 ‘프랑스’군을 막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가을 하늘도 그처럼 맑은가 보다.

‘아, 이 얼마나 조용하고 장엄하냐! 나는 왜 이때까지 이를 깨닫지 못했을까. 아니다. 지금 깨달은 것만 보아도 나는 행복하다. 그렇다. 이 하늘 말고는 모두가 거짓이다...’
‘안드레이’의 눈에는 그 때 전장터을 시찰 나왔던 적장‘나폴레옹’의 모습도 참으로 작고 하찮은 인간으로 생각되었다. 전쟁이 충천하고 포성이 귀를 찢는 그 처절한 전쟁에서 눈을 돌려 그는 위를 쳐다 본것이다. 전쟁터의 푸른 가을 하늘, 그것은 상상만 해도 ‘아이러니컬’하다. ‘안드레이’는 이 자연의 ‘아이러니’에 새삼 전율하며 독백을 한 것이다.

천하는 어수선해도 계절은 한결같이 오고 간다. 도시에서 턱없이 분망하고 모래알처럼 메마른 생활 속에서도 문득 요즘의 하늘을 쳐다보면 ‘안드레이’의 독백이 생각난다. 비록 하늘과 땅의 차이이긴 하지만 우리에겐 눈을 돌리면 그처럼 푸르른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가.

현실은 각박하고 숨이 막힐 것 같지만, 자연의 세계는 언제나 의연하고 도도하며 장엄하다. 이것은 무엇인가 초월에의 교훈을 주는 것도 같다. 한시(漢詩)에 묘사된 가을은 거의 예외 없이 강, 달, 적막, 고향들을 노래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과의 더 없이 절박한 해후(邂逅)같다. 모드가 인간본연의 마음가짐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더구나 망향(望鄕)의 심리는 사람에게 공연히 엄숙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자성의 자세랄 수도 있다.

가을은 이처럼 모든 사람에게 잃어버린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일상에서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생각하는 자아(自我)’다. 푸른 하늘을 두고도 땅만 내려다 보며 사는, 혹은 살아야 하는 생활은 너무도 삭막하기만 하다. 때로는 고향을 생각하듯 자신을 돌이켜 보는 자세도 가져 보는 것이 좋다.

청명한 주말, 저 하늘은 ‘얼마나 조용하고 장엄한가’ 우리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속세의 먼지 묻은 생각들을 닦아 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