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게 살면 아는 사람이 없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을 읽으면 이런 글을 만나게 된다.
“가난뱅이란 호주머니 속을 뒤집어 보이듯이,
자기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하나도 숨김없이 남에게 보여 주어야만 하게 되어 있다.
절대로 자신의 비밀을 가져서는 안 되게 되어 있다.”
그것이 가난뱅이가 구차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다.
그 모든 것들은 슬프도록 아픈 상처가 되겠지만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것이 가난뱅이들의 슬픈 비애다.
가난해지면 다정했던 친구마저 발길을 돌린다.
가까운 친척들도 마찬가지다.
입으로는 동종이 말을 숱하게 흘리지만 마음은 어느새 벽을 대하듯이 돌아서 버린다.
참으로 복잡한 시장 한복판에 산다 하더라도 찾아오는 사람은 없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자는 그렇지 않다.
부유하게 살면 깊은 산속에 숨어 살아도 찾아오는 친구가 있다.
F. 뤼케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거짓말일지라도, 부자에게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나면 믿고 싶어진다.
부자는 다른 나라에 가도 도처에 자기 집이 있지만.
가난뱅이는 자기 집에 있어도 낯이 설다.”
이처럼 부(富)와 가난은 함께 있다.
한쪽은 드러내면서 다른 한쪽은 감추면서 그렇게 함께 있다.
그대의 근면이 게으름을 한 걸음 앞지르면 그 대는 어느 새 부유한쪽에 서서 가난을 거느릴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