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에 홀로 앉았으면 늙어감이
서러웁다/ 이경(二更)--.
밖에서는 찬 비가 내리고/
어디선지 과일이 떨어지는 소리/
.....무엇일까?/ 벌레가 방 안에 들어와 운다./
독좌비쌍빈,(獨坐悲雙鬢) 공당욕이경(空堂欲二更)
우중산과락(雨中山果落) 등하초충명(燈下草蟲鳴)
가을이 되니 왕유(王維)의 유명한 시 秋夜獨坐(추야독좌)와
전혜린(田惠麟)의 글중 /귀가 멍해지는 소음 속에도 완전히
정지된 내면의 시간이 있다. 그리고 나는 뼛속까지 내가 혼자
인 것을 느낀다.
정말로 가을은 모든 것의 정리의 달 인 것 같다. 옷에 달린
레이스의 장식을 떼듯이 생활과 마음에서 불필요한 것을 모두
떼어 버려야 겠다./ 란 글귀와 가을 추경(秋景)이 떠 오른다.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가을이 생각나고 곱게 차려 입은
단풍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가보다.
사진이야기
대상을 찾아가면서 늘 느낀다. 무엇보다 관찰력이 뛰어나고, 예민하고, 문화적 인식을 갖추고 있어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번번히 사진을 찍고보면 마음에 차지 않는다. 내공이 부족한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연구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사진을 만들가 늘 즐거운 고민을 하며 사진을 찍는다.
요즘들어 생각한다.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일에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요소라고 하면 화면구성기법과 빛을 읽어내는 방법이다. 나는 사진을 통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은유적이든,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한다. 또 그런 이야기를 하려면 구체적으로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할 것인가? 화면구성은 어떻게 하고, 빛은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구체적으로 피사체의 어떤 이미지를, 어떤 순간을 포착해야 할 것인가?를 늘 생각한다. 그러나 사진찍기는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