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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구렁이와 三不祥

현충일 전날인 5일 광주시에 황구렁이가 나타났다고 한다.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1일 사이에도 네 차례나 발견되었다. 멸종위기 동물인 황구렁이의 느닷없는 출현은 길조일까 흉조일까.

춘추(春秋)시대 제나라 사람들은 구렁이를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하루는 경공(景公)이 사냥을 나갔다가 산에서 구렁이를 만났다. 돌아와 재상 안영(안자)에게 물었다.“오늘 골짜기에서 뱀을 만났으니 우리 제나라에 상서롭지 못한 일이 생길까 걱정이오.”

안자가 “골짜기가 뱀의 소굴인데 뱀을 만난 것이 나라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상서롭지 못한 징조라고 하십니까”라고 답한다. 이어지는 말이 신랄하다. ‘나라에 상서롭지 못한 것이 셋 있으니(國有三不祥)’ 그 첫째는 유능한 인재가 있으나 알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는 알아도 등용하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은 등용하더라도 신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안자춘추).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나라의 명운이 달렸다는 안자의 충언에 경공의 가슴이 서늘하였을 것이다.

소고기 사태로 불면의 밤이 한 달째 지속되는 여권에 뭔가 메시지를 전하려 황구렁이가 광주에 출현한 것 같다는 실없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엊그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4간신’ 주장도 ‘삼불상(三不祥)’과 맥이 닿아 있는 듯하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간신’이란 표현은 삼갔지만 청와대 A수석, B·C 비서관과 한나라당 D의원을 문제 인물로 지목하고 이들의 척결을 주창했다. 이들이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국정을 농단했다는 것이다. 인사를 전리품처럼 독식해 ‘강부자 내각’을 만든 주범이라는 것이다. 부적격 내지는 무능한 인사가 청와대와 행정부 및 당에 들어가 결과적으로 인재 등용을 막아 ‘삼불상’을 초래했다는 취지다. 오늘의 국정 혼란을 초래한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그 발언의 시점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전원이 사표를 냈고 내각도 조만간 사표를 낸다고 한다. 어쩐지 한 자리를 노리는 듯한 타산의 기미가 느껴진다. ‘불에 타는 사람 구한다면서 뜨거운 물을 퍼붓는다(救火揚沸)’는 사기(史記)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