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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떠난 친구...건강




한 달 전 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병 같아서 무심코 넘긴 것이 급기야 그 지경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저야 훌쩍 떠나면 그뿐이지만 여기 이승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어찌하라고,
조금 있으면 태어날 손자를 안고 파안대소 할 수 있었던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자식에게 헤쳐가라고, 야속한 사람, 저 혼자 똑똑한 척하더니 결국엔 몸 하나 간수도 못한 미련한 사람...

잘난 친구 덕에 새삼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돌이켜 보게 되었습니다. 병에 걸려 보지 않으면 건강의 고마움을 잘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몸이 아파 괴로워해 보아야 그때 비로소 건강만큼 소중한 것이 없구나 깨닫는다는 것이죠.

주변을 둘러보면, 큰 종합병원에서부터 조그만 동네의 조그만 의원까지 곳곳에 즐비한 것이 병원입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만큼 우리 주변엔 환자들이 많다는 뜻이고, 또 그것은 우리의 생활방식에 적잖은 문제가 있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질병은 몸의 고장뿐 아니라 마음이 고장이기도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이는 법입니다. 그런 까닭에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의무이자 사회에 대한 책임이기도 합니다. “체력이 국력”이란 귀에 익은 소리를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이 튼튼한 사람이 많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는 부강하기 마련입니다.

‘건강한 몸을 가진 자가 아니고서는 그 나라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어렵고 좋은 부모, 좋은 자식, 좋은 이웃이 되기 어렵다’는 페스탈로치의 금언이 그래서 더욱 가슴에 스며듭니다.

그렇다면 건강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 것인가? 그건 무엇보다 먼저 절제 있는 생활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지나치게 많거나 지나치게 적음이 없는,

일찍히 자사(子思)가 설파한 중용(中庸)의 도(道)를 행하는... 바꾸어 말하면, 무엇을 하든 적당한 선에서 행하는 생활방식이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될 수 있습니다. 쾌락과 욕망에 대해 조절할 수 있는 의지와 힘! 그 힘이 충만할 때 그 사람이 건강한 것은 물론입니다.

하기야 바라기만 하면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고, 얼마든지 풍족히 먹을 수 있는 이런 시대에 절제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절제에 힘써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하곳 싶은 대로 다하고, 먹고 싶은 대로 다 먹고 나서 건강하기를 바라는 고약한 심보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자동차 왕 포드가 마침내 성공을 해서 세계적인 부호가 된 뒤의 이야기입니다. 엄청난 재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살이 찔 겨를이 없었던 그는 늘 말린 명태처럼 야위어 있었고, 그걸 보고 사람들은 혀를 찼습니다.

“도대체 저 사람은 재산을 모으는 것에만 정신이 쏠려 있는 모양이지. 건강도 좀 돌보아야지 저렇게 일만 해서 어쩌려고 저러나.”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는 태연했습니다.

적당한 운동, 허기만 면할 정도의 음식, 신선한 공기와 햇빛, 일생 동안 그 원칙을 지켜온 그가 가장 자신 있었던 것은 바로 건강을 지키는 것이었으므로.

“야윈 것은 건강과는 별개의 문제로, 병원에서 누워 있는 환자의 대부분은 틀림없이 당신처럼 뚱뚱한 거요.” 가끔 자신이 마른 것에 대한 핀잔이 들려올 때면 그렇게 가볍게 응수했다는 그의 집 난로 앞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스스로 장작을 패면 이중으로 따뜻해진다.’

그것이 그의 신념이었습니다. 그는 손수 장작을 패면 방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는 동시에 몸을 단련시킬 수 있음을 알았고, 그러한 육체와 정신이 있었기에 세계적인 대실업가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입니다.

태어나 봉사인생을 살다 떠난 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부산에 많은 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하고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가 떠난 후 언론매체마다 그의 공을 크게 기사화했지만, 어느 친구 하나 나서서 고인을 추모하는 글 하나 없었던 것이 마음에 와 걸립니다.

친구는 훌륭했습니다. 역사는 그를 바로 기록할 것입니다. 부디 그의 가족들께, 따뜻한 정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그는 역시 훌륭하게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