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 조용히 금정산을 걸으며 하늘을 만나고 싶습니다.
하늘에 기대어 다리 품을 쉬고 하늘의 투명함으로 지친
마음을 닦고, 하늘의 소리를 들으며 가을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지상에 가을 꽃들이 흔들리는 이유를 하늘의 눈으로 바라보고,
새들의 날아가는 소리를 하늘의 귀로 듣고 싶습니다.
그러면 이해하지 못했던 모든 것들이 실타래처럼 풀리고
나와 너를 구분했던 마음들이 물결처럼 쓸려가고 파아란 하늘의
맑은 고요만 남을 것 같습니다.
같은 자리 같은 높이에서는 보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그 모든 것들을
하늘의 높이에선 모두 알것만 같은 희망이 드는 것은 가을 하늘이
너무 높고 맑기 때문입니다.
가을 아침 금정산 무명봉 가는길에 서서 내 마음의 우울과 욕망과
이루지 못한 꿈들의 노래를 훨훨 털어낼 것입니다.
그리고 맑은 가을 하늘 한 움큼 손에 쥐고 가슴을 비비며 가을의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가을 하늘빛처럼 맑으라고 가을 하늘 처럼 높으라고 주문을 외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