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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마음의 香氣는 초록색이다

경남 하동은 우리나라 차(茶)문화의 발상지다. 가장 먼저 차나무 재배를 시작했고,전통은 1200년이 지난 지금 여전하다. 섬진강변 화개장터부터 쌍계사를 지나 칠불사에 이르는 계곡 주변은 온통 차나무 밭으로 사계절 푸르름을 자랑한다. 새순이 돋는 봄이면 농부들은 차 잎을 따는 일로 부산하다.

우리나라에 차 문화가 들어온 것은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 사신으로 대림공이 차 나무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자락에 심으면서다. 정확한 지명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기후나 토양 등 재배조건을 분석하면 그 자리는 경남 하동이 유력하다. 하동은 우리나라 차문화의 발상지답게 야생차나무가 무성하다.

이 가운데 수령 1000년이 넘었다는 차나무도 있다. 화개면 정금리 도심다원의 가장 높은 지역에 뿌리를 내린 이 나무는 높이가 4.15m에 이르는 고목으로 한국양명학회는 수령을 1000년으로 보고 있다. 대림공이 심은 차나무로부터 받은 씨앗을 심은 것이 지금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나무는 일년에 곡우(穀雨) 직전 딱 한 차례 잎을 딴다. 수확된 잎의 무게는 약 1kg, 이 가운데 좋은 잎만 골라 덖으면 완성된 녹차는 200g에 불과하다.



지난 11일, 모 일간지 보도를 보고 하동 화개골에 도착, 그 녹차밭을 찾기 위해 집을 찾아들고 길을 묻고 또 찾았다. 아무도 그런 곳은 모른다고 말한다. 신문을 보이면서 이곳이 어디쯤 될까요? 또 물으면,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신문에 난 곳은 없는데요" 하면서 친절하게 답한다. 아 ~ 또 뻥튀기기 했구나, 다른 사진을 도배한 것이다.


그러다 찾은 곳, 화개골 물 건너 산등성 바위 틈 야생차를 따는 아낙네의 모습이 훤히 내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의 다정원. 지킴이 조용 씨, 마산이 고향이고 3년 전 이곳에 찾아들어 약 2,600평 차를 가꾸고 있다.

아침에 따온 생차 잎을 장작으로 군불 지펴 무쇠 솥에 담은 뒤 맨손으로 덖어 내는 차 만들기 과정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 “ 모름지기 좋은 차란 사람의 정성과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가봐요. 차와 불의 조화가 관건이니 가마 솥 덖음 차만이 생과 향과 미를 두루 갖춘 좋은 차일 따름입니다.”

운치와 멋을 지닌 삶이 엿보여 내 발걸음을 오래 멈추게 했다. 지난 24일 처음으로 따서 만든 차인 ‘우전’ 한통을 성큼 내놓는다. 아주 섬세한 세작(細雀)이었다. 가장 좋은 차가 갖추고 있는 빛과 향기와 맛을 두루 갖춘, 맑고 향기로운 차였다. 다의 향취가 '다신(茶神)'이고 ‘진향(眞香)’임을 확인하면서 그 차가 아주 좋은 차임을 거듭 알게 되었다.

한 잔의 향기로운 차를 대할 때 살아가는 고마움과 잔잔한 기쁨을 누리게 된다. 행복의 조건은 결코 거창한 데에 있지 않다. 맑고 향기로운 일상 속에 있음을 한 잔의 차를 통해서 나는 얼마든지 터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