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는 문패가 없다. 그저 ‘아리비아’숫자가 있을 뿐이다. 000동, 매우 서구적이다. 문패는 일본이나 우리 나라에서만 흔히 본다. 서양에서는 어느 집이나 별로 문패가 없다고들 한다.. 그저 주소를 적은 숫자가 붙여져 있을 뿐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는 없었다. 자료에 의하면 그러던 것이 일제 이후에야 문패를 다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문패는 ‘德川時代’에는 무가(武家)계급만이 달고 있었다. 성씨가 없는 서민과의 신분상의 차이를 밝히려는, 이를테면 특권의 의식에서 나온 것이었다. 따라서 明治이후엔 봉건적인 신분제도가 철폐되고 서민들도 성씨를 갖게 되자 누구나가 한이 맺히던 문패를 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문패가 없이 숫자만 붙는 우리네 ‘아파트’란 가장 시대에 앞선 것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패에는 또 다른 뜻이 있다.
단신 월남 셋방살이를 전전하던 어느 문인(文人)이 있었다. 그때 배를 주려가며 모은 돈으로 20년 후에 국민주택이나마 자기 집을 하나 마련하게 되었다. 이사한 첫날 밤에는 그는 감격에 못이겨 자기 이름 석자가 적힌 문패를 품에 안고 잤다. 소주를 마시며 이렇게 술회하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괴어 있었다. 서민으로서는 제집을 마련하기란 꿈 같은 얘기다.
스스로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워서라도 문패는 달았을 것이다.‘아파트’는 독립주택보다는 아무래도 싸다. 관리도 하기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 그래서 독립주택을 마련하기가 힘겨운 사람들이 ‘아파트’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 탓인지 요즘 아파트 분양시장은 바닥을 치고 있다. 한때는 ‘프리미엄’을 줘야 살 수 있을 호황기가 있었다. ‘아파트’ 투기가 한창일때 돈버는데 윤리가 따로 없다고 흔히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런후 이 정부는 아파트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고 공약했다. 한동안 시끌벅적하면서 분양원가 공개가 되나 했드니 지금은 말이 없다. 분명 공개가 되리라고 밑는다. 건설업자들이 정말 얼마나 돈을 벌까? 궁금한 것은 필자만은 아닐 껏이다.
오늘짜 신문에 모 국회의원 재산공개에 서민으로선 상상도 못하는 돈을 벌었다고 윤리위가 발표했다. 그 국회의원이 부산 중견 건설업자라고 해 한번 또 놀랬다. 국민들은 도대체 건설업자들이 아파트를 지어 얼마나 돈을 벌까하는 궁금증은 이런 일로 더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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