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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세모(歲暮)에 서서(5)


저녁 밥상 위에 넓적한 생선 한 마리가 누웠습니다. ‘가자미’라고 부른 답니다. 두 눈이 모두 오른 쪽으로 몰아 붙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세상의 한쪽만을 바라보며 떠다녀야 합니다.

세상 사물의 한쪽만을 어느 한쪽만을 보는 것을 ‘편견’이라고 일컫습니다. 그러니 가자미라는 놈은 편견을 팔자에 타고 난 것이 분명합니다. ‘편견’이란 확실히 칭찬할 때 쓰는 말은 아닙니다. 허지만 “ 두 눈으로 한쪽만을 뚫어지게 본다면, 그 측면에 대한 관찰은 오히려 매우 정확할 것이 아닌가?” 이것은 아마 엉뚱한 상념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기야 우리 인간도 큰 소리할 처지는 못 됩니다. 누가 세상의 모든 측면을 골고루 바르게 본다고 감히 장담을 하십니까? 사실은 우리네 인간도 어떤 측면만을 선택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세계의 사실 그대로 사람의 눈 또는 마음에 비취는 것이냐? 아니면 사람이 가진 심리의 구조를 따라서 세계의 사물이 경험되는 것이냐? 하는 따위의 철학적인 이야기는 고만 둡시다.

그저 상식적인 견지에서 반성하더라도 우리는 확실히 우리의 욕망과 감정 그리고 의지의 영향을 받아 가며 세상을 보고 사물을 이해합니다.인간과 가자미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결국 정도의차이가 아니겠습니까?

만약 가자미가 일기를 쓴다면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기록될 것입니다. 언제 똑바로 뜬 그 두 눈으로 깜짝도 하지 않고 한쪽만 바라보니, 아마 꽤 깊은 곳의 이야기까지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그 놈은 일기를 안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볼펜과 노트를 살 돈이 없어서 그러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그 놈에게 볼펜과 노트를 빌려줍시다. 그리고 참, 노트북도 사서 선사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