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 Think

세월, 그 아름다운 부산항을 보다

깊고 깊었던 여름, 이제는 잠시 멈춰서서 지친 몸을 추스를 시간이다. 그럴 즈음 지인으로부터 여름이 가기전 늦었지만 얼굴이나 보자는 핸드폰 연락이 왔다.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항상 고마음을 느끼고 있는 터라 사무실에 들러 대강의 업무를 정리하고, 약속장소인 중앙동 옛 문화방송 인근 무역회관 15층에 도착했다.

확트인 전망, 아름다운 부산항 3부두가 바로 눈앞에 들어왔다. 멀리 부산 세관 너머 영도 봉래산, 그리고 북쪽으로 영주동 코모도 호텔, 충혼탑이 시야에 우뚝 멈춰 선다.
기억의 저편속에 있는 대상들이 살아난 것이다.
그 젊은 시절, 30대, 부산데파트 앞에 근무할때, 그저 나와 상관없이 지나치면서 보았을 모습들이다. 문득 옛 오륙군병원 옆에서 적기(감만동) 가는 통통배를 타고 그 넓은 항구를 돌아본 추억, 그리고 어느 기관 감시선을 타고 부산항을 돌던 일, 이즈하라 특공대가 판치던 영도 조도(현재 해양대)의 기억들이 파편처럼 스치며 과거를 다시 짚게 한다.


다시 가슴이 뭉클해 진다. 많은 세월이 흐른 것이다. 이제 백발이 되가며 인생을 되돌아보는 것일까. 다시말해 살만큼 살았다는 것인지 모른다. 특히 그 시절 이 무역회관 바로 곁 문화방송엔, 그 정겨운 지기들, 이제는 삶을 마감한 분도 있지만, 기억나는 분, 가요 PD로 있던 이수익 시인, 유판수 제작부장(조광현상소 곂에서 ‘학숙 운영), 현재 문화방송 상무인 이상익씨 등 다 그리운 얼굴들이다.


더 생각나는 분, 그 유명한 최창식 편성국장, 이제는 현역에서 은퇴 했거나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다. 더구나 문화방송 ‘별의 빛나는 밤’ DJ을 하다 유명을 달리한 윤시내가 부른 ‘DJ에게’의 작곡가 배경모씨, 그는 나의 도움(?)을 받은 친구다. 세월은 이렇게 소식을 단절시킨 것이다. 그것뿐이랴, 요즘 한창 잘 나가는 양희은, 그리고 서유석, 윤형주, 송창식, 개여울의 정미조, 김자옥의 신랑인 4월과 오월의 오승근, 고교시절의 이수미 등 또 이종환씨 문화부에 근무할 때 나와 이런 저런일로 인연이 쌓인 연예인들이다.


이곳, 무역회관에 앉아 커피한잔 속에 그렇게 묻어나며 생각나는 기억들이다. 나는 급히 소형 디카(콘탁스)를 들고 유리창 사이로 대상을 찾아 빠른 손을 놀렸다. 순간이었다. 부산항, 관부연락선, 그리고 우리의 최대항만이자 국내외무역의 관문, 그 옛날 2, 3부두는 분간이 어렵고 국제여객부두, 연안여객부두 등이 세월과 함께 항만시설을 증가한 것 같다.


이런 고층에서 보는 항구 부산항은 그저 가슴에 와 닿기전, 과거를 회상하는 사진의 테마이기도 했다.
흔히 “사진은 과거를 기록한다”는 말이 있다. 사진의 과거는 현재에도 살아 움직이는 것이며, 미래를 위한 것이도 하다. 그래서 과거 속의 것을 찾으려고, 부산항의 전경이라 할 것 까지도 없지만 몇 컷을 올린다.


처음 사진은 1880년대 중반 부산포의 전경, 지금 부산항 인 것이다. 멀리 동산같은 곳이 용미산 구 부산시청자리, 구 반도호텔, 용두산 공원 등이다. 현재의 위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