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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수련을 우담바라라고 한다


연꽃이라면 먼저 한편의 시를 읽는다.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애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만나러 가는 바람이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가는 바람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전문입니다.

연꽃이라면 인당수 푸른물에 빠져들어간 심청이와 ‘부생육기’의 운(芸)의 이름이 머리에 떠 오른다. 아비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백석에 팔려간 심청이는 드디어 연꽃 속에 다시 살아 이 세상으로 돌아온다. ‘부생육기’는 18세기 청나라 때의 화가인 심복(沈復)의 자서전인데, 운과의 사랑을 담은 부분이 특히 애틋하여 감동을 준다. 연꽃이 오므라질 저녁이면 그 꽃안에 차를 넣어 향내에 재웠다가 이튼날 새벽 꺼내서 낭군에게 달여 내오는 운의 모습, 그 운의 저 세상 사람이 된 뒤 애끊는 마음으로 풍진 세파에 시달리는 심복의 기구한 사람,

연은 생각과는 달리 수련과에 든다. 그런데 ‘불교학 사전’을 들춰보니, 수련을 바로 우담바라라고 하며, 그 가운데서도 푸른 꽃이 피는 수련을 높이 치고 있다. 올해도 연꽃이 피었다는소식이 전해지건만, 먼곳 덕진공원, 부여 궁남지는 갈 엄두도 못낸다.

가까운 경주 서출지나 가볼 요랑이다.백일홍에 어우러진 연꽃, '이것이다'하고 자랑할 작품이없다. 연꽃찍기를 시작후 매년이 년례행사(?)이건만, 왜 그리도 안되는지 짜증스럽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떨림부터 받는다. 올해는 스트레스 받지 말고 조용히 연꽃과 대화하면서 작품다운 사진 한장 찍고 싶다.

나는 연꽃찍기를 부산 금정구 '두구동 소류지'에서 시작하였다. 약 8년 정도 됐을 것이다. 그때는 청연과 백연이 자태가 너무 아름다워, 그곳을 찾는 사진가들에게 아~ 이런곳도 있구나 하면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러나 3-4년이 지나 교배종이 나타나면서, 연꽃이 아름다움은 볼 수없고, 통속적으로 '이년 저년 합쳐져 잡년만 생겼다'는 비아냥 소리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