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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안개가 그리워지는 이유는..


얼마 전에 K씨를 보고 나도 일년에 열두 번 죽었다가 열두 번 살아난다는 얘기를 하고 웃은 일이 있습니다. 지금도 걸핏하면 '내가 먼저 가면 다음에 꼭 데려갈 놈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죽음을 그렇게 무심히 말할 수 없는 경우를, M씨, 그런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요. 전율을 느끼지 않으십니까? 반석같이 막아서서 죽음이 냉혹하게 나를 내려다 볼 경우, 언제인가 반드시 찾아 올 죽음과의 대면 말입니다. 몸이 쇠약해졌을 때, 신경의 혹사가 한계를 넘었을 때, 혹은 잠 안오는 밤이나 서로 아는 처지의 사람이 돌아가신 소식을 들었을 때 죽음의 현장은 마치 박쥐처럼 내 머리 속에서 깃을 펴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그것을 뇌리에서 지워버리고 음악을 듣거나 책을 펼쳐들기도 합니다만 어떤 때는 그것을 골똘히 지켜보면 언제까지 이런 일이 있을까하고 생각합니다.


요즈음, 범어사를 자주 갑니다. 세상의 번뇌 속에서 불이문을 들어서면 창을 든 무시무시한 형상이 나를 반깁니다. 불자들은 그 형상을 보고 두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지나갑니다. 합장을 할 때 무슨 염원을 담d았을까요. 가족의 건강 그리고 가정의 평안, 아니면 그저 그 불이문을 지나려니 눈을 부르뜨고 있어 업보를 다 들여다보는 듯하여 무서워 그러는 것일까...
다음 숙제로 넘깁니다.

장마가 들어 지금 범어사는 안개가 자욱합니다. 안개가 그립고 보고싶어 산사를 찾는 이들도 많은가 봅니다. 어제도 아침 일찍 갔더니 일주문을 빗자루 들고 쓸고 하는 스님들이 무척이나 정겨웠습니다. 그리고 도반인듯 장난끼 부려대는 스님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은지 한참이나 시선을 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