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 Think

여름 밤바다가 좋다



^^^ 글감에 맞는 사진이 없어 ....,2003년 11월 일본 교토에 단풍구경가서 찍은 사진을 올립니다.네번을 다녀왔는데 갈적마다 구경꺼리가 많았습니다. 올해도 한번 갈가 생각 중입니다. ^^^


여름 밤바다가 좋다

밤의 바다는 일견 버려진 바다이다. 그런데 해운대 밤의 바다야말로 바다의 으뜸이요. 진정한 바다라는 느낌을 안겨준다. 어둠이 거대한 포장같이 바다의 전면을 덮어 누르지만 그 장엄과 기골을 조금인들 다칠 수는 없다. 먼 해심(海心)에서 줄달음으로 밀려오는 흑감(黑紺)빛 파도, 물은 기슭에서 부서지고 억만(億萬)의 포말(泡沫)이 된다.

그 우렁우렁한 파도소리, 바다 내음, 해풍이 끼얹고 가는 눅눅한 습기도 소금기도 도무지 싫지가 않다. 바다 위에 덮치는 파도, 영겁(永劫)의 세월 동안을 그렇게 밀려오고 밀려간 물결이 글자 그대로의 무구(無垢)로 있는 일엔 짐짓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여름의 밤하늘은 낮 시간에 비해 너무나도 소외된 자연 그것이어서 해운대의 밤 바다만 해도 해안선에 줄을 이은 파라솔의 노점에 빈 자리없이 객들이 앉아 있건만 막상 바다 쪽에 눈길을 던지는 이는 그리 없는 것 같다.

의식의 등 뒤에 밀려나 있으면서 마냥 스스로의 충일에 넘쳐 있고 한 없이 출렁이면서도 다시 없이 안전에 자리잡고 있는 바다,
그결결이 빛나는 흑백의 물이랑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바다의 기우(氣宇)가 암시하는 무엇인가가 어렴풋이 드러나 보일 것도 같다. 그러나 바다건너 보이는 광안대교는 너무 감흥을 준다. 해운대 밤 바다는 이윽고 그것이 갖는 사상의 해저(海底)에서 떠받쳐 올리듯 일출을 품어내게 되고 그러면 천지는 광망(光芒)의 새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