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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역시 흘러가는 것은 아름답다


아침빛에 긴 그림자를 늘어뜨리고 있는 해운대 달맞이 고개를 걷는다.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셔터를 누르게 된다.
너무도 아름다운 매 순간을 마주치면서,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고 또 사진으로 찍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곳의 시간과 공간을 ‘단 한번밖에 일어나지 않는 순간’이라는 지극히 사진적인 생각을 한다.
눈과 마음과 사진으로 새긴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 순간만은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인 것이다.
달맞이 길을 걸으면서 고흐가 고갱에게 했던 말을 생각한다.
“이곳에서 온 정신을 잃은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네.”
내가 닿을 수 있는 모든 것,
빛과 어둠이 존재하는 바닷가 구석구석을 훑는다.
LCDF의 모든 것이 이곳에 다 있었다. 오묘한 빛과 색,
구성이 있고 장면이 있다.

나는 해운대 바닷가에서 무엇을 담을 것인가? 무엇을 보고,
마음과 영혼으로 찍는 사진에는 무엇을 담을 것인가.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는 바닷가에서 스스로 묻는다.
해운대 바닷가의 햇살, 해운대 바닷가의 색, 해운대 바닷가의 형상,

이 모든 것들이 사진의 프레임으로 나타날 때 비로소
해운대 바닷가에서의 한때, 그곳에서 만난 나의 한때를 말할 수 있다.

어느새 시간은 오후 5시를 넘어선다. 해운대 바닷가의 하늘은 여전히 우중충하다.
회색 잿빛으로 드리워진다.

나는 다시 생각한다.
당신의 눈빛에 나의 눈빛이,
나의 눈빛에 당신의 눈빛이,
영혼의 손에 영원한 당신이.....,

사진은 영원한 시간의 빛과 그림자 속에 있다.
모든 길은 그 자체 아름답다.
스치고 스친것은 아련하고 아름답고 그립고, 서럽다.

바닷가 해조음, 쏴아~ 들린다.
미포 바닷가엔 강렬한 콘트라스트,
완벽한 역광, 바닷가는 빛과 그림자의 경연장이 되었다.
모든 것이 눈부시게 밝거나 새까맣다.
모래에 펼쳐지는 실루엣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바닷가에 풍경은 역광일 때 한층 더 매력적이다.
강렬한 콘트라스트는 마치 떠나는 자의 마음을 닮았다.

아침부터 지인들과 즐거움을 해운대 바닷가에서 보냈다.
달맞이 고개 길을 따라 성불사란 암자에서 ‘박태환’ 수영을
보고 흥분했고,
미포바닷가를 지나며 오늘이 해수욕 피크이겠다는 생각에
조선비치호텔 옥상위에서 한 컷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어떤 분 안내로 삼층 위로 뛰어넘는 해프닝을 하면서
백사장 전경을 담았다.


역시, 흘러가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은, 한순간 찰나에 벌어지는 선택, 판단, 결정이다.
얼마나 밝고 어두워야할지, 어떤 색감이어야 할지,
어디를 넣고 빼야 할지, 부단한 갈등과 상념,
고심이 결과란 것을 생각하는 하루였다.
내년 다시 카메라를 매고 바닷가를 거닐 수 있을런지,
다시 기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