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살면서 부산이 좋다고 입심있게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산에서 사는 반복, 단조, 도시적 피로에 대한 저마다의 염오(厭惡)로 부산을 필요로 하는 것과 부산을 좋아하는 일은 다르다. 이런 점은 부산이 부산사람들에게 특정한 향수를 주지도 않고, 부산이 모든 곳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채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도 부산이 싫어지거든, 아주 떠나기는 어려우므로 하루 짬을 내 양산 내원사를 갔다 오는 것도 부산 염증을 다스리는 큰 처방이 된다. 하필, 내원사냐고 말할 사람도 나오겠지만 내원사에 가서 천성산 첩첩연봉 연봉이 만들어 놓은 고원감(高原感)을 경험한다면 그런 말은 없어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짬내 거기에 가는 것이다. 부산에서 약40여분 거리를 달려 내원사 계곡을 따라가 매표소를 지나면 눈 앞에 울창한(?) 대나무와 소나무가 하늘을 떠 받고 있는 것에 어룩어룩한 경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유수하게 가라앉은 천성산 일대의 바람 앞에서 이제까지의 속세를 자못 결별해 버릴 수 있다. 산이 좋으면 물이 좋고 바람이 좋은 것이다. 그런곳에 살면, 살기 시작한 지 사흘만에 부처님 가운데토막이 되는 법일까.
내원사는 지금 동안거(冬安居)중이다. 그런지 조용함이 더 마음을 정돈케한다. 천성산 기암(奇巖)은 몰라하고 대웅전 앞에 앉아 눌연(訥淵). 우연(偶淵)을 이룬 대나무의 늘 푸름을 보면서 세상사를 본다. 비구니(比丘尼)들도 삼삼오오 줄을 삶을 줄기차게 노래한다. 강원(講院)에서 선(禪) 공부를 하다가 졸음이 와 바람 쇠러 나온 것일까. 혈색은 무디고 담백한 처연한 차림새. 부처님을 공부한다고 힘든 표정인가. 무슨 인연(因緣)이길래...,
어제(30일) 오후 지인(知人)들과 내원사를 거쳐 범어사까지 다녀왔다. 썰렁한 겨울색의 완연한 것 같다, 요즘 사찰마다 동안거 중인데도 가끔 세상사를 씻으러 고요함을 찾아 든 길손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