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을 맡아 달라는 청을 듣고 허유(許由)는 ‘더러워진 귀’를 흐르는 물에 씻는다. 소에게 물을 먹이러 왔던 소부(巢父)는 그 광경을 보고 구정물을 먹일 수 없다며 그냥 돌아간다.
요순(堯舜)시절의 전설이 목하(目下)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장관을 시켜준다는데도 싫다는 사람이 그리 많다 하지 않는가. 떠도는 소문이 아니라 대통령 인사수석이 일삼아 기자들에게 밝힌 말이다. 불과 석달 사이에 장관급만 4명이나 불미스럽게 물러나는 광경을 보곤 다들 장관할 마음이 없다 한다는 것이다. 시켜주면야 할 사람이 왜 없겠는가. 문제는, 하겠다는 사람은 쓸만 않고 쓸만한 사람은 하려고 않는 것이다. 그거 아니라도 잘 나가는 터에, 장관 자리 한 번 잘못 꿰찼다 망신하면 어쩌나 싶어 유능한 인사일수록 손사래를 치는 것이다.
일찍이 장자(莊子)가 훈수했던대로다. ‘장자’ 에 쓸모가 없어 천수를 누리는 가죽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그 가죽나무가 꿈에 나와 하는 말이다. “아가위나무·배나무·귤나무·유자나무·과일·오이 따위는 그 열매가 익기만 하면 곧 빼앗기고 욕을 당한다. 큰 가지는 꺾이고 잔가지는 잘린다. 이것들은 다 쓸모가 많아 생명이 고달픈 것이다.”
장자는 난세를 살았던 사상가다. 그의 귀띔은 이를테면 무당개구리처럼 살라는 것이다. 무당개구리는 적을 만나면 배를 위로 하고 자빠져서 죽은 시늉으로 위기를 모면한다고 한다. “내 몸이 없으면 어찌 우환이 있겠느냐(吾無身, 吾有何患)”는 노자(老子)의 반문도 한마디로 죽은 듯이 지내라는 뜻이다. 모두가 난세의 슬픈 처세술이다.
장관 자리가 싫다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지금은 요순시대인가, 난세인가. 아무렴 요순시대일까. ‘재테크’를 최고의 지혜로 치는 한편으로는 재산축적을 불온시하는 모순-모순을 기준으로 본다면 지금은 난세가 틀림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