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은 갈 때마다 감동 그 자체다. 한라산은 휴전선 이남의 최고봉으로 그 위용을 자랑하는 산. 사람들은 제주가 한라산이고, 한라산은 곧 제주라고 말한다. 그만큼 한라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또 제주인들 생활, 문화 등 독특한 문화적 특징은 한라산에서 비롯되었으며 4면의 바다와 역사를 함께 한다. 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어느 해 오전,
부산에서 비행기로 제주 도착, 바로 영실로 산행 길에 들어섰다. 하룻밤 백록담 근처에서 비박을 하고 일출을 보러 간 것이다. 열다섯 번 정도 한라산을 올라 등산로는 익히 알고 있을 정도는 됐다. 등산로는 전반적으로 돌길이다. 발이 피곤하다. 무릎이 아파 그래도 꾹 참고 꾸벅꾸벅 올라간다. 깔딱 고개를 넘는 일이 그리 쉽지 많은 않다.
해발 1500고지를 넘어서면 아름다운 경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푸른 하늘에 커다란 구름들이 떠 있는데, 내가 지나온 부드러운 능선 위에 그림자를 던지며 빠르게 움직인다. 산이 부드러움에 취하여 잠시 보고 있노라니 추워지기 시작한다. 땀이 비 오듯 하는데 바람에 식기 시작하여 오래 서 있을 수가 없다. 수건으로 훔쳐 내고 가지고 간 속옷을 갈아입었다. 한결 따뜻하고 기분이 좋다.
지금,
한라산은 진달래 철쭉들이 시샘을 하듯 그 추운 혹한기를 벗어나 꽃을 피우려고 발버둥 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갈려고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꽃필 적기 짐작이 그리 쉽지가 않다.
‘내가 죽으면 한라산에 묻어달라.’고 한라산에 영혼을 빨린 어느 지인은 별명이 ‘한라 김’이다. 얼마나 한라산을 사랑했으면 이런 별칭이 붙었겠습니까. 그는 일주일 내 일기예보를 체크하다 기상악화 때(?) 한라산을 간다. ‘악천 후가 좋은 그림을 찾을 수 있다’ 는것. 그 지론을 실천하는 것이다. 어떤 때는 미울 정도로 한라산 그림을 한 컷 스캔 핸드폰으로 전송 ‘약이 올라라.’ 보내온다. 짐작이지만 ‘한라산 비경’원고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다 이 지인 만나면 '입에 침이 마르듯 한라산'을 노래한다.
그런 ‘한라 김’도 나이가 들면서 체력 탓인지 이젠 오름에 반해 살짝 오름 꾼으로 변해 가고 있는 모습을 본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옛 말이 맞는가 보다. 그러나 그의 예술성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그 만의 독특한 기법을 구사한다. 나는 늘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한라 김’ 참! 역시 행복한 사람이다. ‘남이 찍은 포인트는 또 찍지를 않는다. 그저 어깨 넘어 훑어 볼 따름이다. 나는 알고 있다.’ 그런 그가 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