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그리워지는 이유는.. 얼마 전에 K씨를 보고 나도 일년에 열두 번 죽었다가 열두 번 살아난다는 얘기를 하고 웃은 일이 있습니다. 지금도 걸핏하면 '내가 먼저 가면 다음에 꼭 데려갈 놈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죽음을 그렇게 무심히 말할 수 없는 경우를, M씨, 그런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요. 전율을 느끼지 않으십니까? 반석같이 막아서서 죽음이 냉혹하게 나를 내려다 볼 경우, 언제인가 반드시 찾아 올 죽음과의 대면 말입니다. 몸이 쇠약해졌을 때, 신경의 혹사가 한계를 넘었을 때, 혹은 잠 안오는 밤이나 서로 아는 처지의 사람이 돌아가신 소식을 들었을 때 죽음의 현장은 마치 박쥐처럼 내 머리 속에서 깃을 펴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그것을 뇌리에서 지워버리고 음악을 듣거나 책을 펼쳐들기도 합니다만 어떤 때는 그것을 골똘히 지켜보.. 더보기 이전 1 ··· 2531 2532 2533 2534 2535 2536 2537 ··· 29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