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가을은 소리의 계절이다. 어수선한 도심의 한 귀퉁이에서도 땅거미가 지면 무슨 소리가 들린다. 씻을 듯이 귀를 맑게 하는 소리, 삐르르. 삐르. 삐르. 삐르르......,의성어가 풍성한 우리말로도 미처 옮길 수 없는 소리이다. 가만히 숨을 멈추고 가을이면 온 세상은 그 귀뚜라미 소리로 가득찬다. 하찮은 풀벌레들도 무슨 개성이 있는지 좀 운치를 내는 측도 있고, 그 냥 담담하게 소리를 내는 벌레도 있다. 하지만 그 헤아릴수 없이 맑은 소리들이 멀고 가까이에서 화음을 우루는 소리는 사뭇 별천지의 교향곡이다. 옛 시구(詩句)들을 음미해 보아도 가을의 詩엔 으레 무슨 소리가 등장한다. 당(唐)시인 이백(李白)은 장안(長安)엔 일편(一片)의 달이 걸려있고 가을바람은 우수수 부는데 ‘만호도의성(萬戶擣擬聲)’이라고 읊.. 더보기 이전 1 ··· 2479 2480 2481 2482 2483 2484 2485 ··· 29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