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 “한 잎, 두 잎, 대여섯 잎/ 그러다 바람이 불면/ 앞이 아니 보이게 쏟아져// 낙엽이 뺨에 부딪친다/ 내 눈을 스치던 그 머리카락/ 기억은 헐벗은 나무 같다// 바바리 깃을 세우고/ 낙엽에 묻히는/ 十一월 오후를 걷는다” 영문학자, 수필가로 잘 알려진 피천득(1910~)의 시 ‘만추’(晩秋) 전문이다. 대체로 투명한 서정으로 일관해 모든 관념과 대상을 배제한 순수한 시정이 넘치는 작품들을 쓴 작가.비록 입동이 지났지만 만추의 스산함을 느끼게 하는 시다. 누군가는 입동을 살짝 지나면 속절없이 겨울이 온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는 늦가을의 정취가 있는 만추를 간직하고 싶은 시간이다. 우리에게는 만추와 관련된 아주 오래된 영화가 있다. 바로 이만희감독(1931~1975)의 1966년 작품 ‘만추’. 영화는 교도.. 더보기 이전 1 ··· 2639 2640 2641 2642 2643 2644 2645 ··· 29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