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백(竹帛) 드리우다 내가 경주를 처음 만난 것은 ‘석양’ 이라고 하는 상허의 단편소설을 통해서였다. /봉긋이 흘러내리는 오릉의 능선을 호젓이 바라보던 주인공 매헌의 머리위에서 “정말로 니힐하죠?”하는 소리가 났다./그가 기대섰던 소나무 위에 올라앉아 책을 읽던 여 주인공이 매헌을 발견하고 한 말이었다. 고등학생때의 감수성으로 그 한마디에 끌린 나는 그후 경주에 들를 때마다 오릉을 순례지처럼 찾게되었다.담장으로 막히기 전에는 가끔 무덤곁에 앉아 편안히 쉬기도 했다. 누워서 책을 읽을 때엔 선인들의 숨결이 바람결로 스침을 느끼기도 했다. 반월성지도 내 순례지의 하나다. 자취없이 사라진 궁성, 그 빈터, 세월에 쓸려 이제는 흘러간 옛날, 내게 있어서 반월성에 서 있는 것은 그대로 역사 위에서 있는 것이고, 그 잔디위에 눕는 것은.. 더보기 이전 1 ··· 2709 2710 2711 2712 2713 2714 2715 ··· 29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