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불국사 그리고 낙엽 아주 오래 전에 ‘만추’라는 영화를 기억한다. 그 영화의 마지막 대목, 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바람에 흩날리는 고궁에서 여인은 오지 않는 남자를 기다리다 마침내 발길을 돌린다. 가을바람과 그리고 낙엽은 그 애처로운 만나지 못함 만큼이나 우리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흔히 쓸쓸함, 이별 같은 것을 떠오르게 하는 낙엽은 목숨받고 태어났던 것들이 이 땅을 하직하는 징표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월명사는 향가‘ 제망대가’에서 누이의 죽음을 ‘어느 가을 이른 밤에 여기저기서 떨어지는 나뭇잎’으로 비유했다. 그래서 한 잎 낙엽은, 쫓기듯이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문득 던져지는 하나의 물음일 수도 있다. 무엇하러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하는 것인지? 그런 물음을 궁글리느라 우리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찾기도 한다.늦.. 더보기 이전 1 ··· 2775 2776 2777 2778 2779 2780 2781 ··· 29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