族譜와 秋夕 중학교 때 일이다. 언제나 수첩만한 책에 정성스레 옮겨쓴 족보책을 품에 안고 다니는 한문 선생이 있었다. 자기 아버지를 섬긴다면 그 아버지가 섬긴 할아버지, 또 그 할아버지를 섬긴 증조할아버지를 깍듯이 모시게는 게 마땅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런 경조의 마음에서 족보를 아끼게 된다고 그 노(老)선생은 학생들에게 타일렀다. 족보를 품에 넣고 다니는 한문 선생의 생각을 학생들은 시대착오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비웃었다. ‘로마’의 신화에 나오는 ‘야누스’는 얼굴의 앞뒤에 눈을 두 개 갖고 있었다. 하나는 뒤를 돌아보는 눈이고 또 하나는 앞을 내다보는 눈이었다. 족보는 이‘야누스’신(神)의 뒤에 붙은 눈과 같다. 그 한문선생은 족보를 지니고 다니면 당신의 모든 것을 조상(祖上)이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 더보기 이전 1 ··· 2486 2487 2488 2489 2490 2491 2492 ··· 29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