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가을이 내리는 소리 풀벌레 소리를 걷어가는 태풍. 다시 익어서 소리나는 가을. 문득 생각속에서 꺼낸 오래된 부끄러움. 그때 부끄러움을 훔쳐간 사람들은 아직도 날 놀리고 있을까. 아직도 기억할까. 얼굴 빨개졌던 유년을. 거짓말까지 맑았던 너 나 우리들. 구름 내려와 부끄러움을 지우니 이내 그리움이 돋는다. 금정산에 벌써 억새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오는 추석 연휴에는 어차피 일손을 놓아야 할 것이므로 한라산에 가서 억새꽃이나 보고 올까. 산바람에 물결치는 은발을 보고 있으면 그 물결 속으로 뛰어들고 싶어진다. 아. 가을이 내리는 소리. 더보기 이전 1 ··· 2492 2493 2494 2495 2496 2497 2498 ··· 29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