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단상 노란 국화가 한창이다. 야국수처발 혼단암향중(野菊隨處發 魂斷暗香中)이라! 이처럼 좋은 국화의 계절을 내 생애에 과연 몇 번이나 맞을 수 있을 것인가? 사바세계는 매일 지지고 볶지만 늦가을이 오면 국화는 어김없이 노란 미소를 인간들에게 선사한다. 도연명는 국화의 그 담담한 미소를 보고 “채국동리하(採菊東離下)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이라고 읊었다. ‘동쪽 울타리 밑에 핀 국화를 꺽어들고, 고개를 들어보니 유연하게 남산이 눈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 은둔 했으면서도 후회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대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는 자신의 심정을 피력한 것이다. 시골우체국장급의 벼슬을 때려치우고 전원으로 돌아갔던 시기는 그의 나이 42세 무렵, 고금을 막론하고 40대 초반이면 인생사가 풍파로 가득찬 길.. 더보기 이전 1 ··· 2634 2635 2636 2637 2638 2639 2640 ··· 29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