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길을 묻거든 봄은 다가오기 전에 소리부터 먼저 냅니다. 겨우내 닫고 있었던 문을 열라고 미리 신호를 주는 것입니다. 녹을 것 같지 않던 얼음이 녹아 흐르고, 필 것 같지 않던 꽃망울이 터지고......, 어둠속에서도 봄은 옵니다. 겨우내 얼었던 땅 속에서 숨을 틔우던 새싹의 입김처럼 조용조용, 그리고 기어이 옵니다. 그러나 여직 내 마음에 봄이 오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요? 세상 모든 만물들이 기지개를 켜며 싹이 트는데 나만 컴컴한 땅속에 갇혀 웅크리고 있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처럼 거울을 봅니다. 많이 변했다는 게 대번에 느껴지지만 어떻게 변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마음까지 비춰주는 거울이 없다는 것은, 그래서 퍽이나 다행스런 일이지요. 만일 우리 앞에 마음까지 비춰주는 거울이 있다면 그때도 그렇게 자.. 더보기 이전 1 ··· 2370 2371 2372 2373 2374 2375 2376 ··· 29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