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은 열리지 않았다 백록담은 수줍음이 많은지 한라산에 올랐지만 안개가 서리고 흐르는 구름이 쌓여 백록담을 볼 수 없었다. ‘한라산의 날씨는 신만의 비밀’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는다. 2월15일, 나는 열 번째로 한라산에 올랐다. 서쪽 길인 영실코스는 며칠전부터 눈이 쌓여, 겨우 초입까지 갈수 있었다. 초입은 하얀세상의 별천지를 만들어 놓아 가슴이 뭉클 해졌다. 숲 지대를 지나며 쭉쭉 뻗은 적송군락이 눈에 덮혀 아름다웠다. 나이가 들수록 붉은 소나무가 좋아진다. 나이가 많은 나무에서 향기가 난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저렇게 고와야 한다는 다짐을 하며 한 발짝 한 발짝씩 내 걸었다. 적송들 밑에는 눈 덮힌 조릿대가 한 잎씩 보인다. 영혼이 맑은 어린아이들처럼 경쾌하고 수다스럽다. 눈속에서 속삭이듯 다정하다가 싸우듯 와삭대기도 .. 더보기 이전 1 ··· 2390 2391 2392 2393 2394 2395 2396 ··· 29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