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파스텔그림 세상' 봄은 아이들 발자국을 따라 온다. 파릇파릇 헌걸차게 솟아오르는 보리밭 이랑을 타고 온다. 생명 가득한 들판 너머로 성큼성큼 달려온다. 산수유 투욱∼툭 터지는 지리산 자락. 봄이 다디달다. 《나무의 혈관에 도는 피가/ 노오랗다는 것은/ 이른 봄 피어나는 산수유꽃을 보면 안다./ 아직 늦추위로/ 온 숲에 기승을 부리는 독감,/ 밤새 열에 시달린 나무는 이 아침/ 기침을 한다./ 콜록 콜록/ 마른 가지에 번지는 노오란/ 열꽃,/ 나무는 생명을 먹지 않는 까닭에 결코/ 그 피가 붉을 수 없다. (오세영의 ‘산수유’ 전문)》 산수유 꽃에선 늙은 스님의 마른기침 소리가 들린다. 콜록! 콜록! 겨우내 절집 뒷방에서 신열에 시달리다 게워낸 노란 열꽃. 나무는 마른 명태처럼 깡마르다. 기름기 없는 마라톤 선수 몸 같다... 더보기 이전 1 ··· 2589 2590 2591 2592 2593 2594 2595 ··· 29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