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을인가보다. 이불을 걷어차고 자다 감기에 걸릴까 걱정케 하던 아이들도 이제는 얌잖게 이불을 덮고 잘 것이다. 아 해에게도 잠결의 밤공기가 차가운 것이다. 아직도 장엄한 여름의 행진이 끝나지는 않았다. 피서객들이 버린 욕정과 본능과 허영의 잔해들만이 흩어져 있는 바닷가 모래사장위에는 아직도 따가운 햇볕이 눈부시게 찬란하기만 하다. 햇볕에 검게 그을린 젊은이들의 얼굴에도 아직 여름의 입김이 남아 있다. 그들의 눈에도 아직은 여름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 토록이나 찬란하던 여름의 향연이 이토록이나 쉽게 끝나리라고는 전혀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젠 가을인 것이다. 하늘은 마냥 높다랗게 걸려있고, 마냥 푸르게 물들어 있다. 그리고 마냥 조용하기만 하다. 불협화음에 가득 찼던 한 여름의 광란이 끝나고 이.. 더보기 이전 1 ··· 2794 2795 2796 2797 2798 2799 2800 ··· 29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