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비에 마음까지 젖다 아주 오래된 이명(耳鳴)처럼. 안으로 안으로 억눌렀던 울음처럼. 뜨락 적시는 가을비 소리. 억새풀 바람에 진저리치고, 짓까불던 참새 황급히 몸을 숨긴다. 찬비 그치면, 무성하던 가지도 겸허히 옷을 벗겠지. 거대한 자연의 순환, 하지만 떠날 길 떠나지 못하는 인간은 얼마나 초란한가. 신열(身熱)삼키며 떨고 있는 코스모스. 가는 비에 마음까지 젖는다. 세월은 빠른 것이다 허리가 구부정하고 얼굴에는 주름이 잡히고 검버섯이 무성한 노인을 보고 젊은이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어쩌다 저꼴이 되었을까'하고. 그러나 저 노인이 옛날부터 ‘저꼴’ 인 것은 아니다. 어떤 노인도 한 30년전에는 다 보기가 괜찮았는데 그만 세월 때문에 ‘그꼴’이 된 것이다. 젊은 사람이면 누구나 자기 나이에 삼십년쯤 가산하고, 그런 나이.. 더보기 이전 1 ··· 2891 2892 2893 2894 2895 2896 2897 ··· 29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