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금정산을 오르며 혼침(昏沈)이 시작되었다.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떠보지만 벽과 할아버지의 얼굴이 기우뚱거리면서 빙그르르 돌았다. 어지럼증을 주체할 수 없어 눈을 감아버렸다. 숨이 가빠졌다. ‘이렇게 눈을 감아 버리면 안되는 데......’ ‘학(鶴)은 학의 눈을 가지고 살고, 뱁새는 뱁새의 눈을 가지고 사는 법이다.‘ 금정산을 오르면서 오탁악세의 추한 회오리바람에 남은 생을 휘말리고 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다짐하며 걷는다. 심호흡하기 가슴을 폈다. 긴 들이 쉴 숨과 내쉴 숨을 귀하게 여기고 깊고 소중하게 천천히 거듭 쉬었다. 한 번의 숨결과 더불어 현재의 삶을 성찰(止)하고 무지갯살 같은 황혼 빛이 어린 미래의 먼데 삶을 내다보곤(觀)한다. 그것은 영원의 고요 속으로 스며들려는 희망이었다. 이제 삶의 끝자락에.. 더보기 아. 가을이 내리는 소리 풀벌레 소리를 걷어가는 태풍. 다시 익어서 소리나는 가을. 문득 생각속에서 꺼낸 오래된 부끄러움. 그때 부끄러움을 훔쳐간 사람들은 아직도 날 놀리고 있을까. 아직도 기억할까. 얼굴 빨개졌던 유년을. 거짓말까지 맑았던 너 나 우리들. 구름 내려와 부끄러움을 지우니 이내 그리움이 돋는다. 금정산에 벌써 억새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오는 추석 연휴에는 어차피 일손을 놓아야 할 것이므로 한라산에 가서 억새꽃이나 보고 올까. 산바람에 물결치는 은발을 보고 있으면 그 물결 속으로 뛰어들고 싶어진다. 아. 가을이 내리는 소리. 더보기 '고향에 햇빛과 물과 녹색을.....' 향수(鄕愁)는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그것을 잊고 사는 사람과 못 잊어 하는 사람이 다를 뿐이다. 지명에 대한 애착만은 아닐 것이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결, 낯익은 오솔길, 지평선, 맑은 물, 새소리, 먼 산의 빛깔과 선(線) 하찮은 건물들, 그리고 독특한 그 고장의 흙냄새. 인정 등이 모두 향수의 화음을 이루어 주는 것이다. 우리는 난세(亂世)(?)를 겪으며, 그 어줍지 않은 도시공화국의 풍속에 휩쓸려 모두들 고향(故鄕)을 잃고 산다. 해마다 느는 이농민(離農民)들, 도회지에 대한 터무니없는 환상(幻想)등은 ‘향수(鄕愁’라는 인간본연의 그리움마저 앗아가 버렸다. 가히 ‘향수부재(不在)의 시대’를 맞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불현듯 고향이 그리워지는 때가 있다. 그 어두운 망각(忘却)속에서 적막(寂寞)과 .. 더보기 합장 산사 가는 길, 나뭇잎 사이로 금방 행군 햇살이 싸라기처럼 쏟아지고, 마른 숲소리만 발등을 찧는다. 합장 저 아낙. 소원 들어주소. 슬그머니 합장한 객의 기원. 노승 염불소리 산허리 도는데. 맘 시주한 자리 새살 돋는 고독. 외로운 목어, 바다가 그리워 비늘을 세우고, 더보기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이상한 일이다. 가을이 초입인데 왜 자꾸만 울적해지는 걸까. 청량하기 이를 데 없는 날씨에다 온갖 먹을거리가 풍성한 이 좋은 가을 날. 왜 마음에는 한 잎 두 잎 쓸쓸한 낙엽이 쌓이는 것인지. 아마도 그건 멀리 있는 사람들이 생각나기 때문일 것이다. 잊었다고 생각한 것들이 자신도 모르게 소록소록 떠올라서......., 슬픔을 솟구치는 데 잠시이지만 가라앉히는 데는 한참이 걸린다. 이 가을, 추억으로 가는 열차, 사색과 성찰의 나무의자 하나......, 스무 살을 목전에 둔 어느 해. 저녁노을이 숨 막히도록 예쁜 가을날 그녀와 나는 서울 용산을 향한 열차를 탔다.기차를 타고 나는 끝없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을 눈치 챈 듯 그녀는 웃었습니다. 그 아련한 미소가 내 가슴을 또 얼마나 저리게 했는.. 더보기 금정산을 찾아 오랜만에 금정산을 다녀왔다. 고당봉위로 ‘아, 저 구름!’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속에서 기어나온 구름이 보인다. 무심한 구름은 산골짜기 사이에서 돌아 나오고. 새들은 지치면 돌아 올줄 안다..... 그래 바로 저 구름이다. 도연명은 저 구름을 천지 율동의 모습으로 읽은 것이다. 눈가에 잔주름이 그어지고 검은 머리카락에 흰머리칼들이 휘섞여.... 나의 머리엔 한라산 백록담에서 보고온 ‘도연명의 ’어스름속으로 기울어 가면서 안타깝게 외로운 소나무를 만지며 그 주위를 맴도는 비낀 ‘햇살’이 그려지고 있다. 문득 하늘을 쳐다보니 고당봉위로 흰 구름 한 장이 소나무 가지에 묶여 기암괴석들을 쌓아 올려놓은 듯 봉우리와 봉우리사이에서 안개자락 같은 흰 구름이 기어나오고 있다. 부산서 제일 놓은 곳에 자리한 ‘.. 더보기 물음표가 너무 많다 낯익은 이름 석자. 도대체 대한민국 비리의 끝은 어디인가. 나라 걱정하며 생겼을 비리 지폐. 우리 곁을 나뒹구는 물음표가 너무 많다. 모두 쓸어 담아 한곳에 모아 태우면 또 우리 곁의 누가 비명을 지를까. 낙엽처럼 서걱대는 가슴들. 따가운 햇살, 현기증 나는 오후. 더보기 벌써 9월입니다 차지게 익어가는 들녘, 그 아래 용케도 살아 남아 폴짝폴짝 방정떠는 메뚜기떼 "너희들 한 생애가 길면 얼마나 가냐" 풀밭을 논두렁을, 이슬 먹고 키운 한 생애를 가볍게 가볍게 뛰어 넘습니다. 이거 야단났습니다. 여물지도 못하고 넘지도 못하고 속절없이 흘러버린 또 한철, 벌써 9월입니다. 마음만 바쁜. 더보기 경주 안압지 연(蓮)을 찾아 연꽃이 적로(滴露)를 머금고, “인제 오요. 기다렸는데요. 보이지 않길래 걱정을 했는데. 가기전(落花)에 왔구먼요. 반갑소, 둘러보소, 환하게 우리가 밝히고 있소. 내일은 비바람이 온다는데, 걱정이요. 집에 갈때는 간다고 하고 가소. 심금이 담긴 향(香)을 맡아야만 세월이 헛되게 보내지 않은 인생이 됩니다. 예, 그럴께요, 나는 오로지 여름을 기다라며 산다...., 느스한 몸이 연향에 취해 갑자기 팽팽한 기쁨으로 차 오른다. 연(蓮)과 나의 짧은 대화입니다. 카메라 뷰파인더로 이곳저곳 연을 본다.”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 경주 서출지, 안압지는 연꽃이 만발한다. 나는 해마다 이 맘쯤이면 이 연향을 몽땅 즐기러 이곳을 찾아간다. 연향을 맡으면 정신이 맑아진다. 이 연향이 코로 들어가 아랫배로 내려가면.. 더보기 사람이 그립다 동네를 가두는 구름떼. 길가엔 이름 모를 풀들이 서성거리고, 그들을 다시 주저앉히는 폭염, 문득 길손이 되고 싶다. 가을을 끼얹고 다시 돌아갈때 바람은 무엇을 싣고 갈까. 누런 호박처럼 고향도 많이 늙었겠지, 눈으로 당겨 안아보는 가을, 사람이 그립다. 까닭없이. 더보기 이전 1 ··· 249 250 251 252 253 254 255 ··· 29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