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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기억의 저편 어릴 적 생각이 납니다. 자정 넘어 제사를 마치고 늦은 시간에도 아랫집, 윗집 잠 깨워 함께 제사 음식 먹던 날들이, 그때는 그랬습니다. 누구네 집 제사가 있다고 하면 늦게까지 잠들지 않고 있다가 그 늦은 시간에도 함께 음식을 나누고는 했습니다. 음식을 들고 가는 길, 어두워도 참 신이 났습니다. 어디 음식뿐이겠습니까. 아랫집, 윗집 없이 가서 밥 먹고 잠자고 함께 얘기하던 너나들이의 시절이 지금 생각해도 즐겁기만 합니다. 그렇게 가까웠던 것이지요. 아무런 경계와 벽이 없이도 살았던 그 시절. 정이 하늘의 별만큼이나 반짝거렸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웃들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집과 집 사이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지만 마음과 마음은 더욱 멀어졌고. 집과 집 사이의 벽도 그만큼 견고해졌습니다. 이 먼.. 더보기
금정산 ‘無名峰)’ ... 늘 바쁜 세상에 살면서, 그렇게 오르고 싶은 금정산을 찾아 무명봉(無名峰)을 찍었습니다.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설악산 울산바위처럼 아기자기 한 기암이 포개져 그 경관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름이 어떻게 무명봉(無名峰)인지 알길 없으나. 구전(口傳)으로는 그 기암 밑이 금샘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옛날이겠죠. 청룡동에 어느분이, 금샘에 얽힌 이야기를 라디오 투고 방송을 탄 일이 있었답니다. 지금도 그 밑엔 사시사철, 물이 흘러, 신비로운 탓인지, 무당(巫堂)들이 촛불을 켜 놓고, 기복(祈福)을 한 답니다. 더보기
만추(晩秋) 11월은 정체가 아리송하다. 소속도 분명치 않다. 가을과 겨울의 고빗길에 있으니 말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11월은 저물어가는 가을이다. 그래서 晩秋라면 11월을 말한다. 그러나 밝게 갠 날이어야 가을의 서정(抒情)이 느껴진다. 을씨년스럽게 잔뜩 하늘이 찌푸린 날이면 바로 겨울의 황량(荒凉)함을 안겨주는 것이다. 같은 날씨도 사람에 따라 달리 느껴진다. 또한 똑같이 가을을 잘 노래하지만, 서양의 詩人들은 감미로운 낭만을 안겨주는 10월을 즐겨 부른다. 여기 비겨 한국의 시인들은 예부터 11월을 즐겨 불렀다, 청승맞은 생리 때문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저 구슬진 심경에 젖어 들게 하는 일들이 많았고, 또 그런 심경에는 11월의 계절이 제일 어울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느덧 11월 중순을 넘어 들었다. 아무.. 더보기
불국사....낙엽 낙엽은 잎새들의 헌신공양입니다. 스스로 몸을 떨구어 나무를 살리는 낙엽의 행보는 아름답습니다. 기꺼이 몸을 던져 나무를 살리려는 낙엽의 마음이 문득 가슴에 와 닿습니다. 떨어져 기꺼이 썩어 다시 나무를 키우는 그 끝없는 헌신의 행렬이 내 삶을 깨우는 풍경소리가 되어 찾아 다가옵니다. 가볍습니다. 낙엽은 일체의 집착을 떠난 가벼움입니다. 그 가벼움에 맑고도 투명한 사랑이 가득했던 것입니다. 쌓이고 쌓여도 한없이 가벼운 사랑의 무게. 사랑은 끝없이 존재를 자유롭게 합니다. 자유로운 존재만이 자신의 집착을 벗어날 수 있고, 집착을 벗어난 존재만이 헌신과 사랑의 일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낙엽을 통해서 배웁니다. 가볍게 떨어져 상처 하나 내지 않고 온전히 썩을 줄 아는, 그 사랑의 아름다움이 가을 하늘보다 시리.. 더보기
삼릉 ‘소나무’ ...운무 서걱 이는 가을바람 소리는 쓸쓸하고 적막합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을 차분하게 안으로 거두어들이는 기운이 서려 있습니다. 이 풍진 세상을 허둥지둥 살아가느라고 메마르고 팍팍해진 심성을 찾을까경주. 삼릉 소나무를 새벽녘에 찾았건만 운무(雲霧)가 낀 소나무 숲은 없고 허망(虛妄)만......, 이젠 잠들기 전 5분이나 10분쯤 닳아지고 거칠어진 심성을 맑게 다스리는 그윽한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시간을 통해 잃어버린 생기와 삶의 리듬을 되찾아야 올 가을을 무난히 넘길 수 있겠습니다. 단풍(丹楓)을 찾아야 하니까요. 더보기
한라산이 좋다 역시, 나에겐 한라산이 좋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더 몸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그건 몸을 방기(放棄)하기 때문이 아니라 몸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서이다. 내가 진정 두려워하는 건 육체(肉體)의 헐벗음이 아니라 영혼이 메말라가는 일이다. 더보기
단 한 번의 기회......, 지금 이 인생은 한 번뿐입니다. 그러니 할 수만 있다면 친절을 베풀라. 할 수만 있다면 선한 일을 하자. 기회가 한 번밖에 없다고 할 때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어쩌면 인생은 우리에게 단 한번 주어진 기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인생이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인생을 낭비합니다. 화내고 욕심내는데 인생의 많은 부분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생은 그렇게 써버릴 수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들의 인생은 만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최선을 다해 선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행복과 만날 기회는 다시 오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이 시간은 영원한 행복을 만나기 위해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잡는 방법은 나누.. 더보기
석양에 서서..... 이색(李穡)의 시조 한 수가 생각납니다.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젊었을 때에는 별로 석양을 느끼지 못하다가 나이가 들수록 석양을 더욱 좋아하게 되느것 같습니다. 나의 인생에 석양이 비치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자연에 대해서도 해가 지는 석양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소슬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그럴 때 지는 해가 더욱 간절하고 멋있게 보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내 인생에 가을이 왔으니까 말입니다. 아! 이제 가을이 왔고 멀지 않아 겨울이 오는구나 하고 느끼는 것입니다. 이때가 되면 테니슨의 시처럼 /눈물이여, 속절없는 눈물이여.. 더보기
斷想 내 머리에 모자를 제대로 씌울 수 있는 사람이 나뿐이듯 나 대신 생각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생각은 오로지 나 혼자서만 할 수 있는, 나만의 신성한 것입니다. 생각한다. 고로 그 사람은 생생히 살아 있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무턱대고 산다. 그런 사람은 살아 있는 게 아닙니다. 삶의 물결에 휩쓸려 갈 뿐, 그저 멍하니 숨만 내쉬고 있는 사람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생각없이 한 행동 때문에 순간순간 얼마나 많은 낭패를 보았던가를........, 생각은 우물을 파는 것과 닮았습니다. 처음에는 흐려져 있지만 차차 맑아지니까요. 살다보면 진정 우리가 미워해야 할사람이 이 세상에 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수는 맞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마음속에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병은 육체의.. 더보기
안일(安逸)을 떠나 한라산에 오르면서 가로 막는 것들이 나와 한 몸으로 어우르는 것을 알았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그 자리에 넘어서야 나를 가득 채우느니. 지난 24일 아침 7시경, 영실(靈室)휴게소를 지나 해발 1.400m 급경사인 깔딱 고개에 섰다. ‘영실 오백나한’ 이곳을 찍기 위해 온 것이다. 피사체를 적합한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기다렸다. ‘마음의 풍경’을 눈에 들어오는 대로 편하게 찍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