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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노래를 들어라 누군가의 사무침에 꽃은 깨어난다. 보이지 않는 눈물 감췄기에, 싹은 가지 뒤에 숨어 돋아난다. 오랜 기다림, 안으로 안으로 태우는 대지 갈라진 상처마다 고인 열망. 구름으로 피어올라 이윽고 빗방울로 맺혀 마른 가슴 적시면, 들녘에 흐르는 녹색노래, 그대는 듣는가. -작가노토- 사진을 배우는 동안 필자가 만난 스승들은 모두 책 속에 있다. 모호이-너지(Mohoiy-Nagy)의 사진은 빛 그림이라는 해석과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의 실천 등이 내 사진의 Text Book이다. 이젠, 가급적 우리 정서에 거부감없이 부합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진을 찍을 까 하고 노력하는데, 잘될까? 그러나 노력한다. 더보기
유쾌한 정치의 상상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가 맞는 소리다. 존재하고 나서야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인간이다’라고 한다면 그건 수긍할 수 있다. 이때 인간이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건 ‘생각’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닐 터이다. 갈대라도 생각을 하면 인간일 터이고. 그래서 인간은 ‘이성적 동물’인 것이다. 정녕 그럴까. 스페인 철학자 우나무노는 그의 책 ‘생(生)의 비극적 감정’에서, 인간은 오히려 ‘감정적 동물’이라고 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있다는 것이다. 고양이도 이성적으로-계산적으로-행동할 수가 있다. 그러나 고양이는 웃거나 울지 못한다. 웃고 우는 건 인간에게만 있는 능력이다. 고양이도 ‘속으로는’ 웃고 운다고 상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바닷속 꽃게.. 더보기
불안한 환자 나는 의사에 대해 별로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타고난 체질이 건강해서인지 병원을 찾아 의사에게 굽실거리며 곱지 않은 그들의 말에 신경을 모아 본 일도 없거니와,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글도, 결론적으로 의사를 비아냥거리기 위한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생명외경의 윤리를 더 깨달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쓴 것이다. 환자를 보던 의사가 말했다. ‘오늘 참 잘 오셨소. 그렇지 않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환자는 눈이 둥그레졌다. ‘왜요, 위독한 병인가요?’ ‘아니오. 내일 오셨으면 저절로 나을 뻔했으니 말입니다.’ 서양 사람들의 익살맞은 소리다. 의사를 보는 눈은 동서양이 따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의사는 의사대로 고충이 없지 않다. 이런 일화도 있다. ‘오끼나와 하시게오(沖重.. 더보기
4월이 지다 4월이 지다. 전원 끊긴 핸드폰의 무기력한 액정 패널처럼. 지루한 황사에 갇혀 끝내 잿빛으로 사그라지다. 그래도 일어서는 풀잎들. 문을 여는 꽃잎들, 운명처럼....., 소낙비 속에 울음 터뜨리며 그렇게 가는 4월. 즐비한 포장마차 사이로 초파일 연등이 유난하다. 희망처럼...... 더보기
살맛 나는 세상이 그립다 선거 철이다. 이때만 되면 장밋빛 세상은 머잖아 보인다. 쏟아지는 온갖 공약의 절반만 이루어지더라도 밝고, 맑고, 따뜻한 세상을 이룸에 크게 모자라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선거를 치렀으니 분명 세상은 일신우일신 살기 편하게 변해있어야 함이 마땅한데도 현실은 그렇질 못하니 이게 무슨 곡절이고 조화인가? 살맛 나는 세상이 그립다. 요즘 방송이나 신문을 도배하는 론스타게이트며 재벌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 높으신 어른들의 황제골프며 황제테니스를 보고 들어야 하는 현실이 짜증스럽다 못해 분통이 터진다. 불과 3년여만에 4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숫자의 이득을 챙기고 철수해 가려는 론스타를 놓고 뒷북을 요란하게 치고 있지만 과연 그 전모를 속시원히 파헤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이 이를 철저히 .. 더보기
죽백(竹帛) 드리우다 내가 경주를 처음 만난 것은 ‘석양’ 이라고 하는 상허의 단편소설을 통해서였다. /봉긋이 흘러내리는 오릉의 능선을 호젓이 바라보던 주인공 매헌의 머리위에서 “정말로 니힐하죠?”하는 소리가 났다./그가 기대섰던 소나무 위에 올라앉아 책을 읽던 여 주인공이 매헌을 발견하고 한 말이었다. 고등학생때의 감수성으로 그 한마디에 끌린 나는 그후 경주에 들를 때마다 오릉을 순례지처럼 찾게되었다.담장으로 막히기 전에는 가끔 무덤곁에 앉아 편안히 쉬기도 했다. 누워서 책을 읽을 때엔 선인들의 숨결이 바람결로 스침을 느끼기도 했다. 반월성지도 내 순례지의 하나다. 자취없이 사라진 궁성, 그 빈터, 세월에 쓸려 이제는 흘러간 옛날, 내게 있어서 반월성에 서 있는 것은 그대로 역사 위에서 있는 것이고, 그 잔디위에 눕는 것은.. 더보기
아름다움을 찾아 가는 길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인데, 뒤돌아보니 이순의 나이가 지나서도 자신을 방기하며 업을 더했고, 그 업만큼 범민하면서 강물처럼 흘러 온 것 같다. 언제나 현명해질 수 있을런지..., 벌써부터 지기 문명에 이질감을 느끼고 구원이라는 화두를 들고 헤매다니다가 성정의 펼쳐진 경주로 불현듯 날아간 것은 우연한 회귀일까? 그 모성적인 자연의 품이 지친 나에게 휴식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지기를 찾듯이 요즘 자연을 찾아다니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던 나날들이 켜켜이 쌓인다. 살아온 날보다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탓인가. 갈수록 세상이 아름답게만 보인다. 꽃이 곱게 피면 꽃이 피어 아름답고, 꽃이 지면 져서 또 아름답다. 날이 맑으면 기분의 쾌청해서 좋고, 흐리면 그 흐린 날의 우울이 좋고, 비가 내리면 비의 정취가 그렇.. 더보기
풀잎의 노래 4월의 바람, 새벽안개 빗질하며, 새 옷 입은 풀잎들 몸 비벼 부르는 풀잎의 노래, 쏟아지는 햇살 성가셔, 얼레지 어린 잎새에 일렁이는 소리 없는 아우성, 꽃잎 흩뿌려 마른 땅에 꽃방석놓고, 골짜기에 꽃여울 흘리는 그대- 4월의 바람, 계절을 채색하는 저 투명한 수채화. 잃어버린 온기를 찾아서 물 한 그릇에도 행복이 깃들인다 했지요. 가난한 밥상에도 웃음은 풍성했던 시절, 찬밥 한덩이, 식은 나물로 당신을 기려봅니다. 이제 식탁은 넘쳐 납니다. 배고픔을 잃어버린 살벌한 세상, 먹으면 먹을수록 허기집니다. 오늘은 한식, 찬밥 한술이 잃어버린 온기를 일깨웁니다. (한식날 5일에.....) 더보기
'선암매'를 그리며 /누구를 위한 침묵인가? /참뜻을 품은 채 빛은 장중하다. /흰 비단 치마에 소매도 곱고 /우의(雨衣)에 무지개 빛이 돋는다. /미녀와 같이 살갖이 희고 /옥과 같은 얼굴에 몸이 풍만하다./ 표현히 몸을 날려 은하수에 떠 있는 것 같고/ 군선(郡仙)의 어깨 위에서 춤추는 것 같다. 정도전(鄭道傳)의 매천부(梅川賦)이다. *선암사 매화, 이달 갈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이런일 저런일로 가보지 못한 아쉬움에 지난해 찍은 매화를 올려놓는다. 전국 명소 중에 약7-8백년된 매화는 선암사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늙어 말라 비뚤어진 가지에 삶을 되돌아 보듯 청향을 피며, 청초한 모습으로 세상을 관조하고 있다. 봄밤을 밝히는 목련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목련이 웃는다. 표정이 없는 하얀 미소. 처연하다. 세상 구석구.. 더보기
감미로운 봄의 속삭임 4월은 잔인(殘忍)한 달......, 이처럼 우리에게 유행되고 있는 시의 구절도 드물다. 4월이면 봄이 활짝 핀다. 아지랑이가 끼고, 꽃 봉오리가 지고, 그리고 사람들의 꿈이 부풀어지는......이런 4월을 두고 왜 하필이면 잔인하다고 해야만 하는지 아리송한 얘기다. 그러나 이 말을 사실은 사람들이 엉뚱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잡지에서도 『모든 생명이 절망과 죽음을 뚫고 어떤 곳에서도 무서운 힘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 전혀 얘기가 다르다.『봄은 행동의 신호, 그래서 환멸에 이르게 되고, 따라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불렀다』 사계절 중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주는 게 봄이다. 그 꿈이 클수록 환멸도 커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환멸을 적게 느끼려면 희망도 적게 가지면 .. 더보기